연민 憐憫


                               엄원용

                                노을 지는 좁은 들길을 혼자서 걷는다.

수많은 생각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면서

하늘을 온통 회색 연기로 덮어버린다.

길가 가시덤불 옆을 지나가는데

그 속에서 작은 새 한 마리가 깜짝 놀라

푸드덕 날갯짓을 하며 멀리 날아가 버린다.

놀라게 하려는 의도가 정말 아니었는데

그러고 보니 참으로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무리 속에서 홀로 떨어져 사는 아주 작은 새.

누구 하나 알아주는 이가 없기에

혼자서 외로이 떠돌아다니는 것은 아닐는지.

너무 배가 고파 해 다 저문 어두울 무렵에야

아무도 모르게 먹이를 찾아 날아 온 것은 아닐는지.

혼자라는 것은 공연히 눈물 나게 한다.

아주 작은 새 한 마리가…

 

2008.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