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엄원용

임이여,

늘 겪는 우리의 일상적인 삶이지만

가끔 궂은비 사납게 뿌리고

차가운 눈발 계속 흩날릴 때에는

낮게 드리우는 저 무거운 구름

조금 걷어 주시고

두 손 열어 검은 커튼 사이로

햇빛 환히 비치어 들게 하시며

차갑게 언 저 서러운 임의 얼굴에

따뜻한 입김 한번 불어주소서

 

그리고 또한

하늘대는 저 아주 작은 풀잎에게와

이리저리 차이어 굴러가는

이름 모를 돌멩이 하나까지에도

임이 지어주신 그 이름

한 번 불러 주시고

어두운 밤 갈 길 밝히시는

반짝이는 눈길 하나 던져주소서

 

2010. 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