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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제목
글쓴이
55 연출하기
여민
12018 2013-12-12
엄원용 나는 안다. 지금도 누군가 나에 대한 소설을 쓰고 있다. 사소한 일까지 하나하나 기록하면서 한 권의 책으로 엮고 있다. 그는 벌써 나를 두 번 암에 걸리게 했고, 세 번 수술하게 했다. 한 번 이혼하게 했고, 지금은...  
54 수유리의 봄
여민
12021 2013-12-12
수유리의 봄 -4.19 탑 앞에서- 엄원용 해마다 잊지 말자 두견화 곱게 피어나는 봄. 등성이 등성이마다 핏빛 사연 짙게 물들었네요. 바람에 그 꽃잎 떨어질까 이 곳 저 곳 두견이 슬피 울고 있네요. 이제는 그 서러움 모두...  
53 숨어서 전화를 거는 여자
여민
12098 2013-12-12
엄원용 내가 17살 때 같이 자주 영화를 보던 남자. 밤이면 동네 언덕에 올라앉아 별을 세며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불러주던 남자. 어느새 3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어디서 살고 있는지, 잘 살고는 있는지 가끔 생각이...  
52 가난에 대하여
여민
12119 2016-12-13
가난에 대하여 엄원용 가난이 무엇인가를 잠시 생각한다. 누덕누덕 기운 옷을 입고 다 떨어진 신발을 끌며 양혜왕(惠王)을 찾아간 장자를 생각한다. 초라하기 그지없는 장자에게 왜 그리 피폐하냐고 물었다. 선비로서 도덕을 알고...  
51 젓갈
여민
12215 2013-12-12
엄원용 새우젓을 사다가 유리병 속에 넣고 고춧가루와 소금을 듬뿍 뿌려두었다. 냉장고 속에 깊이 넣어두고 잊고 있다가 어느 해 늦가을 김장을 하려고 꺼내 보니 소금에 절고, 매운 고추와, 시간에 절어 삭을 대로 삭은 모...  
50 빈 소주병
여민
12382 2016-12-13
빈 소주병 엄원용 쓰레기통 옆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빈 소주병 주둥이에서 빈 바람소리가 났다. 막장 같은 어둡고 좁은 골목길을 걸어가던 서러운 주인공이 발에 걸린 빈 병 하나 냅다 차버린다. 대굴대굴 골목길을 굴러가다가 ...  
49 눈길
여민
12408 2016-12-13
눈 길 엄원용 어머니를 땅에 묻고 오던 날 날씨는 얼어붙어 너무 춥고, 싸락눈까지 날려 잡아먹을 듯이 사나웠다. 돌아오는 길에 개울은 얼음으로 덮여 미끄러웠고, 1월 보리밭의 겨울 푸른 싹들은 눈 속에 모습들을 감추고 흰...  
48 연하장 年賀狀
여민
12534 2013-12-12
엄원용 소나무 가지마다 밤새 소복하게 내려앉은 흰 눈은 한겨울 푸른 솔잎을 더욱 청청하게 드러낸 것이다. 우리가 백설이 차갑다고 느끼는 것은 한갓 희고 맑음 때문만이 아니라 곧고 바른 우리의 영혼 때문일 게다. 게다가...  
47 사시나무 숲에서
여민
12636 2013-12-12
엄원용 늦가을 공원 사시나무 숲속을 거닐어 보았다. 수피樹皮가 은백색인 수십 그루의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이 어찌 보면 세월을 다 이기고 머리 희끗희끗 날리는 노인들이 꿋꿋이 서 있는 것도 같고, 재질이 무르고...  
46 봄밤
여민
12644 2013-12-12
엄원용 누구나 한번쯤은 밤하늘의 별처럼 궁상맞은 꿈 남몰래 가져 볼 수 있는 것이다. 텅 빈 방안에서 잠 못 이루는 때가 있는 것이다. 창밖에 바람 일면 목련꽃 가지 끝에 반달 하나 무심히 걸리고 반다지 창호지에 엷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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