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원용

 

새우젓을 사다가 유리병 속에 넣고

고춧가루와 소금을 듬뿍 뿌려두었다.

냉장고 속에 깊이 넣어두고 잊고 있다가

어느 해 늦가을 김장을 하려고 꺼내 보니

소금에 절고, 매운 고추와, 시간에 절어

삭을 대로 삭은 모양이 폭삭 변해 있었다.

 

낡고 오래된 집 울타리 안에서

소금과 매운 고추로 절여둔 수십 년의 세월이

어느 날 아주 오랜만에 꿈에서 깨어

당신 내 얼굴을 보면 폭삭 삭아 있겠다.

그래도 젓갈 한 입 살짝 넣어 보면

곰삭은 맛이 조금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