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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제목
글쓴이
15 낙조2
여민
14289 2010-07-09
낙조.2 엄원용 노을빛에 잠긴 회상(回想)은 언제나 서럽다. 저 빛 다하면 어둠의 꿈을 꾸리라 지평선 너머로 시간은 아득히 타오르고 붉게 물든 태양은 서서히 잠기어 간다. 그것을 바라보는 이는 또 누구인가 지나온 하늘만큼이나 먼...  
14 여행의 끝
여민
14660 2010-07-09
여행의 끝 엄원용 이름 모를 철길의 끝에서 기차가 끄윽 소리를 내며 멈추자 이내 문이 열리고 손에 보따리를 든 한 여인이 마지막으로 계단을 내려간다. 밖으로 나오기 전에 텅 빈 객실을 한 바퀴 휙 돌아본다. 갑자기 한기가 온...  
13 인생11
여민
14493 2010-07-09
인생.11 엄원용 인생이 고해苦海라는 어느 현자賢者의 말이 정말인가 봐. 사나운 파도를 헤치고 빠질 듯 빠질 듯 한발로 딛고 서서 아차, 하는 순간 저 깊고 어두운 해저海底로의 추락이 두려워 온 몸으로 허우적대며 겨우 여기까...  
12 굴비
여민
14455 2010-07-09
굴비 엄원용 여러 마리 줄줄이 묶여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깡마른 몸뚱이에 희멀건 눈이 누런 마분지처럼 말라붙어 나를 노려본다. “이놈 내가 죽나 보라” 어떤 여석의 눈에서는 눈물이 뚝뚝 덜어진다. 슬그머니 가...  
11 연민
여민
14746 2010-07-09
연민 憐憫 엄원용 노을 지는 좁은 들길을 혼자서 걷는다. 수많은 생각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면서 하늘을 온통 회색 연기로 덮어버린다. 길가 가시덤불 옆을 지나가는데 그 속에서 작은 새 한 마리가 깜짝 놀라 푸드덕 날갯짓을 하...  
10 민들레꽃
여민
17657 2009-01-24
민들레꽃 엄원용 시내 외곽지대 공장 건물 옆에 녹슨 고철더미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용광로 속으로 들어가 녹아 없어져야 할 것들. 모두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마당가 한쪽 구석에 노랗게 핀 한 송이 민들레꽃을 보았...  
9 미련
여민
17899 2009-01-24
미 련 엄원용 그대 내 가슴에 작은 꽃씨 하나 무심히 뿌려놓고 간 사실을 아는가. 아마 모를 거야. 모를 테지. 이제 그 꽃씨 자라나 가지 뻗고 잎이 돋아 꽃을 피우려 하고 있어. 혹시 꽃향기 바람에 날리어 얼굴 스치...  
8 백두산 천지에 올라
여민
19563 2009-01-24
백두산 천지天池에 올라 엄원용 백두산 천지에 올라 두보의 ‘등악양루’를 떠올렸네. 아무렴 ‘동정호수’1)가 이만할까 정말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다가 순간 내가 서 있는 땅의 처지를 기억해 내고는 푸른 호수 물을 들여다...  
7 어부 그리고 오징어
여민
18176 2009-01-24
어부 그리고 오징어 엄원용 처음으로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보았네 바다는 번쩍이는 전조등으로 빛나고 밤하늘은 별빛으로 가득 찼었네. 바다가 하늘인지 하늘이 바다인지 전혀 알 수가 없는데 걸려 올라오는 오징어 한 마...  
6 불량컵
여민
18126 2009-01-24
불량 컵 커피숍에서 탁자를 가운데 두고 친구와 마주 앉아 종이컵에 커피를 따른다. 한 모금 마시고 탁자 위에 놓는다. 컵 밑바닥으로 커피가 새어나와 탁자 위로 흐른다. 불량 컵이다. 탁자 위로 흐르는 커피를 닦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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